예전부터 책을 읽고, 책에 대한 리뷰를 작성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내용이 담겨있는 책을 요약해서 리뷰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많은 시도를 했었지만, 발행하기까지 번번이 실패하곤 하였다. (작성을 중단한 글 2개가 아직 서랍에 남아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이번에야말로 꼭 책 리뷰를 발행해 보고 싶어서,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이유부터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다. 내가 브런치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는 내가 필요할 때 언제든지 꺼내서 볼 수 있는 참고서 같은 역할로 활용하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이번 글은 내가 기획하거나 디자인할 때 참고하면 좋을 만한 내용을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책 리뷰를 작성해 보려고 한다.
디테일에 관한 책
평소 나는 디테일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좋아한다. 그 이유는, '디테일'은 개인적으로 생각했을 때 UX 디자이너가 반드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역량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디테일은 다른 표현으로 꼼꼼함을 의미하는데, 꼼꼼함은 업무를 할 때도, 사용자 경험을 향상시킬 때도 굉장히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UX 디자이너는 모든 경우의 수를 꼼꼼하게 따질 수 있어야 하고, 고객의 여정을 꼼꼼하게 체크해 모든 과정에서 고객이 원활한 행동을 수행할 수 있도록 챙기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UX 디자이너라면 꼼꼼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나 역시 꼼꼼해지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디테일의 발견'이라는 책 제목답게, 책날개(?)가 디테일하다.)
완독까지 2시간 27분 소요된 책
이번 책은 두 달 전에 출시한 책잇아웃과 함께하였다. 완독까지 2시간 27분밖에 걸리지 않은 책인 만큼, 앉은자리에서 금방 읽어버린 재밌는 책이었다.
101가지 사례 중
내가 뽑은 베스트 사례 9가지를 소개하려 한다.
01.
이 세상에 당연한 불편함은 없다.
당연하게 느끼고 있는 불편함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개선할 여지가 있는지 확인해 보자!
기존 카드 회사에서 카드를 재발급받으면, 카드 번호가 변경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카드 번호가 변경되면, 기존에 등록되어 있던 정기 결제와 같은 결제 정보를 모두 수정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현대카드는 너무나 당연했던 것을 문제점으로 인식하였고, 카드를 재발급해도 카드 번호를 유지해 당연했던 불편함을 해소하였다. 기획자라면 '당연히'라는 말 너머에서 고객이 겪고 있는 불편을 파악하고, 개선했을 때 고객에게 큰 감동을 전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함을 당연히 여기지 말자!
- 현대카드 사례 (p.29-30)
02.
고객의 감정 건드리기
고객을 감동하게 하는 것만큼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없다. 고객과 만날 수 있는 모든 접점에서 세심하게 고객을 챙겨보자!
"고마운 배송 기사님, 리디 고객님의 소중한 물건이 담겨 있습니다. 안전하고 정확한 배송 부탁드립니다. 항상 감사합니다." 리디의 택배 상자에 적혀있는 글이다. 리디는 고객 여정에서 마지막까지 세심함을 놓치지 않고 있다. 리디는 책을 구매하면 끝이라고 여기지 않고, 고객의 물건이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전달되는 단계까지 세심하게 고객 경험을 신경 쓰고 있다. 이러한 고객 경험은 고객뿐만 아니라 배송 기사 모두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다. 고객도 사람이기에 '감정'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 리디가 배송 기사님께 감사함을 표현했다는 사실, 나의 물건을 소중히 생각해 준다는 사실 모두 감정이 움직이는 순간이다. 고객 여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감정이고, 감정을 움직일 수 있는 것은 '디테일'일 것이다.
- 리디 사례 (p.45-47)
03.
사소한 건 없어! 모든 건 소중해
우리 주변의 사소한 불편함을 기록하고,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해 보자!
사회초년생에게 비즈니스 메일을 쓰는 것은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이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비즈니스 메일 템플릿을 모아놓은 서비스인 뭐라고 할까가 출시되었다. '비즈니스 메일 작성이 어렵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사소한 불편함일 수 있다. 그러나, 사소한 불편함이 '다수의 불편'에서 비롯됐을 때, 대중에게 통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살면서 겪는 사소한 불편함을 그냥 넘어가지 말고, 한 번쯤 이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자.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겪었을 때, 내가 느낀 불편함을 바로 노트에 적어 기록해 보는 것은 어떨까?
- 뭐라고 할까 사례 (p.76-78)
04.
이왕 할 건데, 조금만 더 고민해 보자!
쉬운 일이라고 기계적으로 처리하지 말고, 조금 더 고민해서 위트를 끌어내 보자!
"봄에 다시 만나요. 지난여름 당신과 함께한 그늘"이라는 문구가 성동구의 그늘막 커버에 적혀있다. 보통 그늘막은 가을과 겨울에는 접어서 보관되다가 햇빛이 강해지는 봄과 여름에 사용된다. 그늘막은 단순히 그늘을 제공하는 역할만 수행하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동구의 그늘막에는 작은 문구를 추가함으로써 약간의 위트를 선사하고 있다. 이렇듯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에도 조금 더 고민해 보고, 위트를 더하여 차이를 만들어, 고객의 눈길을 사로잡아 보자!
- 성동구 그늘막 사례 (p.129-130)
05.
진짜 고수는 쉬운 용어를 사용한다.
진짜 고수는 어려운 용어를 쓰는 사람이 아니라, 어려운 걸 쉬운 용어로 풀 수 있는 사람이다.
위키드와이프는 성동구에 위치한 와인샵으로, 특정 음식과 잘 어울리는 와인을 큐레이션하여 와인 선택의 고민을 덜어주는 곳이다. 와인은 워낙 종류가 많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쉽게 선택하기 어려운 품목 중 하나이다. 그러나 와인에 대해 잘 알지 못하더라도, 오늘 저녁에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을 계획이라면 위키드와이프에서는 떡볶이 그림이 그려져 있는 라벨만 찾으면 된다. 우리는 위키드와이프처럼 더 쉽게 설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토스의 성공 원인으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내가 생각한 성공 원인은 어렵게 느껴졌던 금융을 쉽게 풀어냄으로써 다른 금융사들과 차별화되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진짜 고수인 토스와 위키드와이프처럼 지식의 저주에서 벗어나 어려운 것을 쉽게 풀어 고객에게 제공하려고 노력해 보자!
- 위키드와이프 사례 (p.165-167)
06.
당장의 수익보다 신뢰감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고객은 똑똑하다. 당장의 수익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신뢰감 구축이 필요하다.
런던 히스로 공항에는 보틀 필링 스테이션이 존재한다. 이 스테이션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병을 물로 채울 수 있는 공간이다. 이 스테이션이 특별하지 않다고 여겨질 수 있지만, 공항에서 물을 무상으로 제공하면 근처 상점이나 자판기의 물 판매량이 현저히 줄어들게 된다. 이는 공항 입장에서 손해를 감수하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공항은 스테이션을 도입하여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움직임을 고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다. 당장의 물 판매 수익은 줄어들 수 있지만, 고객들로부터 호감을 얻는 방법을 채택한 것이다. 당장의 수익을 바라보지 않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리스크가 있는 선택일 수 있다. 그러나 고객들은 이전과 달리 똑똑해졌기에 당장의 수익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회와 환경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려다보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는 새로운 시대에서 브랜드가 살아남는 방법이 될 수 있다.
- 런던 히스로 공항 사례 (p.173-175)
07.
이제는 친환경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
소비 가치가 변했다. 소비자의 외면을 받기 전에 친환경에 대해 고민해 보자!
"본 박스는 잉크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1가지 컬러만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문구는 도미노피자의 피자 박스에 적혀있다. 도미노피자는 ESG의 일환으로 2021년 5월에 에코 프렌들리 박스를 도입했다. 이 박스에 사용된 잉크는 콩기름을 사용하여 휘발성 유기 화합물 발생을 최소화하고 재활용이 용이하도록 제작되었다. 또한, 1가지 색상만 사용하여 잉크도 절약하였다. 최근 들어 소비 가치가 '나'에서 '공동체'로 향하고 있으며, 보다 윤리적인 소비를 통해 공동체에 해가 되지 않는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는 서비스에서 환경오염을 줄이고 친환경 요소를 반영하기 위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
- 도미노피자 사례 (p.94-95)
08.
고객에게 참여감 부여하기
고객의 참여를 끌어내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를 구축해야 한다.
공유 오피스 패스트파이브의 한 벽면에는 고객들이 패스트파이브를 이용하면서 겪은 불편 사항들이 포스트잇으로 붙어있다. 이러한 방식은 미관상으로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이를 통해 고객의 의견을 받는 것에는 분명한 장점이 존재한다. 이 방식은 누구나 익명으로 쉽게 참여할 수 있으며, 공개된 형태이기에 중복된 의견을 줄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또한, 고객들이 자신의 의견을 보태어 '참여감'을 형성시킬 수 있다. 이렇게 고객의 참여를 끌어내면 함께 성장하는 브랜드가 되어, 결국 고객이 브랜드의 동료이자 애정을 가지고 지지하는 충성고객으로 성장시킬 수 있다. 우리 팀에서 출시한 책잇아웃도 최대한 이용자들의 의견을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실제로 상세한 의견을 전달해 주시는 분들도 있어서 감동한 경험이 있다. 우리 서비스도 패스트파이브처럼 조금 더 참여감을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패스트파이브 사례 (p.102-103)
09.
영리하게 데이터 활용하기
무작정 데이터를 수집하기 전에, 어떻게 영리하게 활용할지 고민해 보자!
화장품을 구매하기 전에 하는 가장 큰 고민은 '이 화장품이 나에게 잘 맞을까?'이다. 샘플을 얻어 사용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내가 원하는 제품의 샘플을 고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 이니스프리가 '샘플마켓'을 오픈하면서, 이니스프리 고객이라면 누구나 월 1회, 5개의 무료 샘플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전통적으로 '덤'으로 제공되던 샘플을 매력적인 상품으로 변화시켜서 고객의 고민을 해결하였고, 매장 방문을 유도하는 트리거 역할로 만들었다. 이러한 샘플마켓은 또 하나의 전략을 가지고 있다. 고객이 특정 샘플을 가져가면, 이니스프리는 고객의 피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니스프리는 고객의 피부 타입이나 피부 고민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는 고도화된 타깃 마케팅을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데이터를 무작정 수집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데이터를 영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치밀하게 설계해 보는 것이 중요해진 시대이다.
- 이니스프리 사례 (p.197-200)
내가 뽑은 9가지 사례 외에
나머지 92가지 사례에서 다양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