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간 UX 디자이너로 일하면서 데이터 분석 공부의 중요성에 대해 계속해서 들어왔다. 그러나, 전 회사에서 주로 맡았던 업무는 서비스 출시를 위한 전략을 기획하고 디자인하는 것이었다. 즉, 서비스가 출시되면 나의 프로젝트는 종료되는 패턴을 가졌다. 이에 따라, 서비스 출시 이후에 발생하는 사용자의 데이터를 확인할 수 없었고, 데이터를 분석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인지하기 어려웠다. (물론, 다수의 신규 서비스 출시 경험은 내 성장에 또 다른 측면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올해 초에 운이 좋게도 사이드 프로젝트(앱 서비스)를 출시하게 되면서, 이제야 데이터 분석의 필요성을 직접 체감할 수 있었다. '왜 사용자들이 이 지점에서 이탈하는 걸까?', '내가 생각했을 때 정말 좋은 기능인데, 왜 사용자들은 사용하지 않을까?'와 같은 궁금증이 생기면서, 이에 대한 답을 알고 싶은 욕구가 생겨났다. 이러한 경험을 하면서, 어쩌면 내가 지난날 경험했던 서비스 출시는 비즈니스 전체에서 0.1% 단계였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물론, 출시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출시 이후에 비즈니스를 성장시키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한 가치임을 깨닫게 된 계기였던 것 같다.
어쨌든, 나에게도 분석할 수 있는 사용자 데이터가 수집되었고, 이 기회를 활용하여 데이터 분석에 관한 공부를 시작하고, 그 내용을 제품에 적용해 보려고 한다.
막상 데이터 분석 공부를 시작하려고 하니,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아, 예전에 구매했던 'Data-Driven UX' 책을 다시 펼쳐보게 되었고, 이 책을 통해 얻은 인사이트를 포함해서 데이터 분석 관련 글을 여러 편 작성해 보려고 한다.
01.
데이터란?
어떤 것을 공부하든, 시작할 때는 용어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전에 따르면, 데이터는 '어떠한 이론을 세우는 데 기초가 되는 사실이나 자료'로 설명되어 있다. 즉, UX 디자인 관점에서 데이터는 사용자의 목소리인 VOC(Voice of Customer)와 같은 정성 데이터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웹사이트에 접속해 마우스를 움직이고 클릭하는 행동을 보여주는 히트맵(Heat map)과 같은 정보 모두 데이터로 간주할 수 있다. 또한, 내가 특히 관심 있어하는 월간 사용자 수(MAU)나 서비스 이탈률과 같은 수치화된 정보 역시 데이터의 한 형태로(정량 데이터) 간주할 수 있다.
02.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
지난 10여 년 동안 무수히 많은 서비스가 시장에 등장했다. 이제는 우리 삶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서비스가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게 다양한 서비스들이 출시되는 동안 사용자들의 기대치는 자연스럽게 높아졌고, 시장에 출시되는 앱들의 사용성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되었다. 이제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할 때는 사용성과 심미성은 당연히 좋아야 하며, 사용자들에게 새롭고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여 사용자들의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이뿐만 아니다. 사용자들이 선택했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서비스는 사용자들의 니즈에 맞게끔 계속해서 개선되어야 하며,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가치 있는 서비스로서 자리 잡아야 비즈니스를 성장시킬 수 있다. 하지만, 요즘의 사용자들은 날이 갈수록 더욱 복잡해졌고 변덕스러워졌기에, 과거의 좋은 것이 미래에도 똑같이 좋을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이렇게 예측 불가한 사용자들의 니즈를 캐치하기 위해서는 데이터 분석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소수의 피험자를 대상으로 한 사용성 테스트나 포커스 그룹 인터뷰만으로 사용자 유형을 특정하기엔 어렵다.)
출시 이후에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서, 출시 전에 대충 기획해서 출시해서는 안 되겠지만, 이제는 보다 빠르게 출시한 후에 데이터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즉, 이제는 출시 전에 오랜 기간 공을 들이며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 불완전하더라도 재빨리 시장에 내놓아 고객의 반응을 살펴 개선해 가는 것이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여하여 완성도를 높인 서비스가 실제 출시되었을 때 아무런 반응이 없다면, 이미 투자한 시간과 비용을 회복하기는 회사 입장에서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제는 UX 디자이너로서 최고의 디자인을 위해 긴 시간 고민하기보다 최적의 디자인을 위해 '효과적으로 가설을 검증할 수 있는 디자인'을 빠르게 만들어 내야만 한다.
03.
데이터 분석 전
다시 돌아가서, 데이터를 분석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비즈니스에 기여하고 성과를 창출하는 것이다.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 데이터를 분석하기 전에 비즈니스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최대한 구체화하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하길 원하는지 등 데이터를 보기 전에 데이터 수집 목표를 설정해야만 한다. 데이터 수집 목표에는 아래 3가지 필수 요소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
(1) 행동 지표 : 사용자가 어떤 행동을 해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2) 정량 수치 : 사용자가 행동 지표를 얼마나 달성해야 할까? (달성 정도)
(3) 달성 기간 : 목표로 정한 행동 지표와 정량 수치를 언제까지 달성해야 할까?
끝으로, 단순히 수치화된 데이터만으로는 큰 가치를 창출하기 어렵다.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UX 디자이너라면 데이터를 제시할 때 가설을 함께 제시해야만 한다. 데이터는 누군가를 설득하거나 주장을 뒷받침할 때,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으며, 비즈니스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